The Song Grows On You
들으면서 커가는 노래들이 있다.
처음에 귀에 착 달라붙지는 않지만, 들을수록 점점 여러 음이 들리는 노래.
오랜만에 들으면 너무 낯설어서 움찔하게 되는 노래.
한번 듣고는 뭔가 모자란 것 같아서 리피트 버튼을 누르고야말게 되는 노래.
그런 노래들이 있다.

내게 있어서는 'Bad'가 그런 노래였다.
처음에 들을 때는 그저 그랬다. 별로 들리지 않았다. 차라리 'Pride'가 훨씬 잘 들리는 노래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I'm Wide Awake'라고 소리지르는 후렴 부분을 듣기 위해
계속해서 테이프를 리와인드하게 되었다.
보노의 외침은 내 안에서 점점 커져갔다.
그 노래는 내 머리 위로 끝없이 자라났다.
들을 때마다 새롭고, 아무리 들어도 더 듣고 싶었다.
'Bad'는 내게 처음으로 'The Song Grows on You'라는 낯선 영어 표현을 실감하게 해준 노래였다.

정말 좋은 노래지만 내게선 자라지 않는 곡들도 있다.
남들은 다 싫어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내게는 중요한 노래들도 있다.
자체로 너무 완벽해서 자라날 여지가 없게 느껴지는 노래들도 있다.

그러니.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키가 똑같은 노래는 없을 것이다.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와 노래와의 화학작용일 것이다.
하지만 노래가 세상에 나오고 나면 이제 나와 노래의 관계가 시작된다.
서로 얼마나 노력하는지. 얼마나 주파수가 맞는지에 따라 노래는 자라나기도 사그러들기도 한다.

by 얼음 | 2001/11/10 14:13 | 내인생의 사운드트랙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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