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이 되어도 <꽃보다 남자>를 좋아할까?...
저는 지금 스물 아홉입니다.
스물 아홉, 정말 위험한 나이지요. 마치 열아홉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열아홉 때에는 적어도 한가지는 확실한 지향점이 있었습니다.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거든요.
어서 대학생이 되고 어서 결혼을 하고 어서 서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스물 아홉, 아주 많이 망설이게 됩니다.
열아홉에는 `내가 서른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며 무언가 멋진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서른이 내일 모레입니다.
요즘은 가끔 `내가 서른이 되어도 <꽃보다 남자>를 지금처럼 광적으로 좋아할까?`라고 생각해봅니다.
광적...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꽃보다 남자>를 광적으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구요?
한번은 친구를 따라 만화 도매상에 가서 <꽃보다 남자>를 전부 사버리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 굉장히 머리가 맑은 상태였고,
중요한 회의가 끝난 직후라 각성되어있었기 때문에 사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무지 후회하고 있고, 또다시 사러가려고 끊임없이 계획하고 있습니다.
대신 만화가게에서 매일 <꽃보다 남자>를 열 권씩 빌려다 본답니다.
하루는 1권에서 10권, 다음날은 11권에서 21권, 그다음날은 1권에서 10권.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러다 외우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 친구들 중 어떤 사람들은 `네 나이에 아직도 만화책을 보니?`,
`세상에 아직도 만화 주인공에게 반해있어?`라며 저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침을 튀기면서 함께 <꽃보다 남자>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요.
제 홈페이지를 찾아오는 친구들, <꽃보다 남자> 클럽에 가입하는 친구들은 대부분이 80년대생입니다.
아직 모두 10대지요.
이런 어린 친구들이 저를 주책맞은 서른살이라고 생각할까봐 가끔씩 망설이게 됩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제가 이해하지 못할까봐,
츠쿠시가 당했던 이지메, 아니 따돌림을 당할까봐 가끔씩 클럽을 폐쇄하고,
홈페이지를 내릴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스물 아홉입니다. 다른 친구들하고 겨우 `한 자리`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 친구들도 내 나이가 될 것이고, 츠카사와 츠쿠시도 내 나이가 될 것입니다.
그친구들은 내 나이가 되어도, 아니 서른이 되어도 <꽃보다 남자>를 좋아할까요?
by 얼음 | 1999/10/01 08:14 | 얼어붙은 손가락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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