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카사에 다해여
<꽃보다 남자>를 정말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츠카사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츠쿠시는 별로 독특할 것이 없는 캐릭터다.
가난하고, 평범하지만, 꾿꾿하고 밝은 소녀. 그래서 매력적인 소녀는
아주 오래전부터 만화, 특히 순정만화에서 가장 각광받는 모습 중의 하나이다.
가장 널리 알려지기로는 바로 캔디가 있다
(하이텔에서는 누군가 <꽃보다 남자>가 <캔디>를 베낀 저질 만화라고 매도했다고 한다).
캔디는 등장 인물 중 어느 누구보다도 가난하고 못 생겼다. 츠쿠시 역시 마찬가지다.
츠쿠시는 에토쿠 학생들에 비해서 가난한 정도가 아니다.
친한 친구 유키네 집하고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못 산다.
얼굴 역시, 시즈카, 츠바사, 사쿠라꼬 뿐 아니라 못된 아사이 패거리와 시게루에게도 뒤진다.
(물론, 그림 상으로는 더 예쁘지만)

하지만, 츠카사는 어떤가? 세상에 어느 순정 만화에 저렇게 멍청하고, 제멋대로고,
앞뒤 구분 못하는 남자 주인공이 있었던가?
사실 처음에 츠카사를 보았을 때 나는 <캔디>에서의 닐 역할을 담당하는 조역 쯤으로 생각했다
(물론, 주인공인 루이인 줄 알았다).
츠카사는 끊임없이 `가난뱅이 주제에`, `너 같은 일반인은...`, `너희 집은 우리집 화장실 만해` 등
모욕적인 말을 내뱉는다. 듣는 사람의 심정이나 입장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화가 나면, 앞에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시비를 걸고 두드려팬다.
놀러가고 싶으면, 츠쿠시가 무슨 생각이든지 묻지도 않고 데려가 버린다.
`터닝 포인트`를 `러닝 포인트, 차밍 포인트`라고 말하고,
`청천벽력`을 `청천박력`이라고 말하며, 망원경을 현미경인 줄 알만큼 멍청하다.
일본 최고의 재벌이라는 도묘지 가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다.
하지만 츠카사는 `내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걱정시키지 마.(캐나다 스키사고 후)`,
`난 초조해, 우리 더 이상 사귀지 못하는 게 아닐까하고.(남자친구와 헤어진 유키를 찾아러 다닌 후)`,
`내 집안이나 어머니를 모두 떠나서 나를 한 사람의 남자로 본 적이 있어?(21권의 마지막 빗속에서)` 등
매우 나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보통의 남자 주인공 중 그래도 츠카사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테리우스는 어떤가?
그는 제멋대로이고, 위험한 반항아지만, 츠카사처럼 무식하고,폭력적이지는 않다.
<별은 내 가슴에>의 안재욱을 어떤가? 그 역시 스타이고, 거칠고 우울해보이는 반항아지만,
역시 무식하지도 않고, 왕자병도 아니다.
(사실 츠카사는 반항아가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누리고 있으며,
자기자신의 왕국을 지니고 있는 사람. 다시 말해서 반항아의 극단적인 반대에 서있는 사람이다)

츠카사는 정말 독특한 캐릭터이다. 만약, 내 옆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물론 나를 무지 좋아해준다면,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아마도 함께 있기 힘든 사람일 것이다.
by 얼음 | 1999/10/01 08:12 | 얼어붙은 손가락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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