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카 - Turn the page


몇해 전 눈오던 어느 날 어떤 사람과 신촌 도어스에 갔었다.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만나 같이 도어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후 5시쯤 됐던 것 같다. 손님은 한명도 없었다.
우리는 하이네켄을 시키고 창가에 앉았다.
돌이켜보니 오아시스 내한 공연이 있었던 날인 것 같다.
오아시스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던 기억이 날 듯 하다.

잠시 후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가죽잠바에 검은 진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로큰롤 헤어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검은 정장을 입고 흰 셔츠를 입고 007 가방을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이 무얼 마셨는지는 모르겠다.
보지 못해서 모르는지 기억하지 못해서 모르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주문을 한 후 메탈리카의 'Turn the Page'가 나오기 시작했다.

로큰롤 헤어는 테이블에 부딪힐 듯 머리를 흔들어댔다.
007 가방은 그 머리를 그냥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와 그때 나와 함께 있었던 사람은 그 모습을 훔쳐보며 킥킥 웃었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지어냈다.

나는 두 사람은 젊은 시절 밴드를 했던 사이인데
십수년이 지난 오늘. 눈오는 신촌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옛이야기를 하기 위해 도어스를 찾은 거라고 했다.
한사람은 록큰롤 중년이 되어. 한 사람은 회계사가 되어.
만약, 그때 내가 동방신기의 팬이었다면
두 사람은 밴드시절 서로 사랑했던 천재 커플이었다고 그랬을 거다.


그때 나와 같이 있었던 사람은
두 사람은 보험설계사와 보험가입자의 관계라고 했다.
새로운 생명보험 하나를 팔기 위해
007가방은 로큰롤 헤어를 따라 이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로큰롤 바에까지 오게 된 거라고.

아까 동방신기-메탈리카 포스트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구르다가
문득 그날 생각이 났다.
몇년 전 눈오던 어느 날. 오아시스가 내한공연을 하던 날.
그 사람과 신촌 도어스에서 맥주를 마셨던 날.
메탈리카의 'Turn the Page'에 맞춰 소설을 썼던 날.

Here I am, on the road again.
There I am, up on the stage.
Here I go, playing star again.
There I go, turn the page.


by 얼음 | 2008/09/27 22:38 | 내인생의 사운드트랙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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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ennedy at 2008/09/28 00:32
반전이 슬프군요.
불꽃처럼 살아갈 메탈가이 인생에 생명보험을 판매하려 하다니.
아프리카에 사시는 아버님댁에 가스보일러를 놔드리려 하는 듯 하군요.

역으로 생각하면
불꽃같은 인생이기에 더더욱 생명보험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Commented by 얼음 at 2008/09/28 10:10
안녕하세요. 케네디님.. ^^ 뭐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 실제론 알 수 없죠. 그냥 심심해서 소설 써본 거니까요. 어쨌든 지금 돌아봐도 참 기이한 광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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