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트리힐. 뉴질랜드. 유투.
유투는 내게 신념 같은 밴드다.
라고 첫 문장을 시작하니.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 포기.

다시 시작.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에서 여행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알았다.
원트리힐이 뉴질랜드에 있구나.

원트리힐

원트리힐.
오클랜드에 있는 여러 사화산 중의 하나.
마오리 족의 많은 전투를 이겨낸 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다는 언덕.
지금은 오클랜드를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관광지로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곳.

물론. 이런 이유로 내가 원트리힐을 아는 건 아니다.
유투의 노래 중에 'One Tree Hill'이라는 곡이 있다.
(아주 좋은 노래다. 만약 안 들어봤다면 일청을 강권한다.
유튜브의 링크는 여기. 퍼오는 건 허락 안 한단다.)

유투의 노래에는 죽음이 얽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노래도 그렇다.
유투는 1985년 뉴질랜드 공연 떄 그렉 캐롤이라는 마오리 청년을 만났고
그의 일솜씨가 마음에 들었는지 투어 크루로 픽업한 후 아일랜드로까지 데려갔다.

그리고 어느날 그렉 캐럴은 보노의 할리 데이비슨을 집에 가져다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
비가 심하게 내리던 날이었다. 도로는 젖어있었고, 도저히 앞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앞서 가던 차가 갑자기 멈추어섰고, 캐럴은 미처 멈추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그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생각해보자.
1985년의 공연이 끝나고 아일랜드로 돌아갔다면. 이제 유투는 <조슈아 트리>를 만들게 된다.
1986년의 유투. 엄청 떴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한 걸음만 더 가면 하늘 끝에 닿을 것 같은 심정이었을 거다.
그들은 최고를 향해. 음악을 향해. 하늘을 향햐 미친 듯 질주하고 있었을 거다.

아니. 어쩌면 이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날 밤 보노는 친구들하고 마약 파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다리 길고 얼굴 작은 수퍼 모델과 심각한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그들이 성공을 잡으려다 친구를 잃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그러게. 처음에 말했지 않나. 유투는 내게 신념 같은 밴드라고.)

보노와 알리(모노의 와이프), 래리와 앤(래리의 연인)은 그렉의 시신과 함께 뉴질랜드로 갔다.
그렉은 마오리족 추장과 원로들이 모인 가운데 마오리 부족 묘지에 묻혔다.
장례식은 마오리 의식에 따라 사흘 밤낮 동안 계속되었다.

지금의 유투를 있게 한 앨범 <조슈아 트리>에 실린 노래 'One Tree Hill'은
사흘 밤낮을 계속되었다는 그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추위를 견디며. 추위와 마주하는 밤.
대낮의 태양은 높아도 그림자를 남기지 않고
상처는 대지 속 무덤으로 새겨지네.
원 트리 힐 너머로 달이 떠오르고
너의 무덤 속으로 해가 진다.

이제 너는 강을 따라 흘러가는구나.
강을 따라 저 대양으로.


그리고 친구가 떠나간 세상을 그리며 노래를 마무리 짓는다.

오. 대양이야.
오. 바다여.
나는 대양으로. 바다로 달려가네.


'One Tree Hill'을 들으며 나는
스산한 속삭임 같은 바람이 불고. 붉은 달이 떠오르고. 발밑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런 곳을 생각했다.
죽음이 삶보다 가까운 곳. 어제가 내일보다 새로운 곳.

뉴질랜드의 원트리힐은.
유투의 'One Tree Hill'과는 다른 장소였다.
새끼 거북처럼 줄지어 달리는 오클랜드의 주택가 사이로 높이 솟은 언덕.
그리고 뾰족한 기념비 하나.
그곳이 뉴질랜드의 원트리힐이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상상하던 것의 실체를 보는 것은 내겐 언제나 괴로운 일이었다.
그것이 만족을 주는 일은 좀처럼. 아니 결코 없기 때문이다.
내 상상과 미세하게 어긋난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다른 원트리힐은 그래서 오히려 안도를 주었다.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질 때
원트리힐 위로 떠오른 달이 붉게 물들 때
우리는 다시 만나리.

오. 거대한 대양이야.
오. 위대한. 바다여.
by 얼음 | 2008/08/25 19:21 | 유투.보노에지아담래리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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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다. 오클랜드에 있는 사화산 중의 하나. 예전엔 나무 한 그루가 서있어서 원트리힐이라 불렸는데. 2000년 어느 날. 잘려나가고 지금은 기념비만 서있다. (원트리힐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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