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앤 가펑클 - Old Friends Live on Stage DVD

공연장의 스크린 위로 세월이 흐른다. 바람 같던 60년대가 지나고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딛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마침내 새로운 밀레니엄이 열린다. 이 모든 세월이 지나고 스크린의 불마저 꺼지면 무대에는 두 친구만 남겨진다. 아름다운 하모니와 시적인 가사로 6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 록 듀오 사이먼 앤 가펑클. 인생의 가장 찬란한 성공을 함께 이루었고, 이후 20년간은 말도 나누지 않았던 두 오랜 친구는 이 세월을 ‘50년간의 우정’이자 ‘47년 동안의 말다툼’이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박수 속에서 첫 곡 ‘Old Friends’를 부른다.
2003년 겨울 뉴욕에서 열린 공연은 1981년 센트럴파크 공연 이후 22년 만의 사이먼 앤 가펑클 콘서트다. 빛바랜 청바지와 다듬지 않은 머리, 차린 것 없는 무대 디자인은 여전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다. 아름다운 하모니도, 종이에 옮겨 적으면 그대로 한 편의 시인 가사도, 속 깊은 기타 소리도 모두 거기에 있지만 두 사람의 얼굴에는 세월이 남겨놓은 거친 바퀴 자국이 확연하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것이 있다면 분명 아트 가펑클의 목소리일 거라 여겨지던 그 아름답던 미성 또한 나이를 먹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이 슬퍼질 정도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이 슬픈 건 단지 ‘그들이’ 늙었기 때문은 아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들 또한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다.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대부분 불혹의 나이를 넘긴 사람들이라 점은 이 사실을 증명한다. ‘America’를 따라 부르며 질풍노도를 겪고, ‘Kathy's Song’을 들으며 첫사랑에 빠지고,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통해 좌절을 견뎌냈던 60년대 세대들에게 이 공연은 단순히 사이먼 앤 가펑클의 22년 만의 콘서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는 가버린 자신들의 시대와의 해후이며 동세대인들과의 재회의 순간이었다. ‘Bridge over Troubled Water’의 클라이맥스, 힘차고 드높아야 할 마지막 부분의 보컬에서 아트 가펑클이 성량이 모자라 힘에 겨워할 때 관객 모두가 기립 박수를 보내는 장면은 그래서 이 특별한 회합의 클라이맥스다.
‘Scarborough Fair’ ‘The Sound of Silence’ ‘The Boxer’ ‘Mrs. Robinson’ 등 60년대를 풍미했던 6장의 앨범(<졸업> OST 포함)에서 선곡한 24곡의 노래는 세월의 찬바람과 중력의 무게를 이겨낸 ‘클래식’의 위력을 느끼게 해준다. 두 사람이 만든 최초의 노래 ‘Hey, Schoolgirl’과 에벌리 브라더스가 깜짝 등장해 들려주는 ‘Wake Up Little Susie’ ‘All I Have to Do is Dream’은 특별한 보너스다. 24곡의 레퍼토리를 소화해야 하는 탓에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47년간의 말다툼의 근원이 된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털어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 이야기들은 북클릿에 번역돼 실려있다.
22년 전의 센트럴파크 공연(국내에는 발매되지 않았다)과 비교하자면 히트곡이 더 많이 실려있고 편곡과 악기 편성도 더 다양해졌다. 20년의 간극을 반영하듯 촬영기술과 무대 매너도 더 세련됐다. 아쉬운 점이라면 목소리와 외모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가 아니다. 20년의 세월은 힘과 윤기를 빼앗아갔지만 대신 깊이와 포용력을 선사했다. 예순이 넘은 가펑클의 목소리로 듣는 ‘The Sound of Silence’의 가사가, 영어의 뉘앙스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에게도 더욱 깊이 있게 들리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DVD의 음향은 이런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지만 영상은 2003년의 공연임에도 심하게 흐릿해 뒷배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서플먼트로는 그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잠깐씩 볼 수 있는 TV 방송 클립 모음과 포토 갤러리, 그리고 ‘Citizen of the Planet’이라는 새로운 스튜디오 녹음곡이 오디오 트랙으로 실려있다.
by 얼음 | 2005/02/13 17:52 | 내인생의 사운드트랙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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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유니크루슈。 at 2005/06/14 23:36
하..이사람들 노래 너무 좋아요...
가사며..음이며..마음이 고요해지는 느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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