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코베인
커트 코베인 Kurt Donald Cobain
1967. 2. 20 ~ 1994. 4. 5(27세)
“즐거웠다. 매우 좋은 인생이었다. 이미 나에게는 정열이 없다.
기억하기 바란다. 차츰 소멸해 가는 것보다 단번에 타버리는 쪽이 훨씬 좋다는 것을.”

1994년 4월 8일. 시애틀 고급 주택가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발견됐다. 죽은 지 사흘이 지난 것으로 판명된 시체 옆에는 20구경 엽총이 놓여 있었고 혈액에서는 다량의 헤로인이 검출됐다. 지문 조회 결과, 커트 코베인이었다.
세상은 눈물을 흘렸다. 호주에서는 16세 소녀가 자살을 했고, 펄 잼의 에디 베더는 ‘Jeremy’를 연주하던 중 “살아내는 것이 최고의 복수(Living is the Best Revenge)”라고 외쳤다. MTV는 정규 방송을 중단했고 『타임』지는 표지에 ‘로큰롤 신이 죽었다’고 실었다. 평론가, 호사가, 저널리스트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그는 스물일곱 나이에 죽는 영광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해 마지않던 ‘상업적인 록 스타’가 된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자살한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커트니 러브의 음모이다.”
정말 그를 죽인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두려움인지 갈등인지 후회인지. 그도 저도 아무것도 아닌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커트 코베인은 그때 언더그라운드 시인과 로큰롤 슈퍼스타의 간극에서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이혼한 부모와 친척집을 전전했고, 학교에서는 구타를 당했으며, 다리 밑에 살며 놀림감이 됐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그의 음악에 폭력적인 아름다움과 돌이킬 수 없는 불안을 동시에 심어놓았다. 그는 유서에 일곱 살 이후로 인간이라는 것 모두를 혐오했다고 썼다. 그는 사람들의 속된 근성을 혐오했고, 그걸 이용하는 음악을 혐오했고, 돈벌이 록을 하는 달짝지근한 로커들을 혐오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성공’을 혐오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음악은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의 두 번째 비극은 그 ‘성공’을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명성을 증오하는 동시에 사랑했고, 돈 쓰는 것을 경멸하는 동시에 즐겼다. 그는 큰 집을 사고 큰 차를 사고 비싼 마약을 샀다. 그중 어느 것도 그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지만 그는 그것들을 사들였고 소비했다. 자기 안의 모순 속에서 커트 코베인은 무너져 내렸다. 어떤 것도 즐겁지 않았다. 음악조차도 그를 일어서게 하지 못했다. 그는 약물과 알코올을 탐닉했고 공공연하게 죽음과 우울증, 자살에 대해 이야기했다.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I Hate Myself’ ‘I Want to Die’ 같은 곡도 녹음했다. 때마침 그의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커트 코베인은 아직 스물일곱이지만 우리는 이제 10살을 더 먹었다. 음악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닉 혼비는 『어바웃 어 보이』의 주인공 윌의 입을 통해 이렇게 얘기했다. “나는 충격을 받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어. 마빈 게이가 죽은 이후로 팝 스타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때 몇 살이었더라? 1984년 4월 1일. 세상에 날짜까지 거의 틀림없이 10년 전이잖아. 그때는 그런 일들에 뭔가 의미가 있으리라 믿었어. 그때라면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너바나의 노래를 불렀을 거야. 하지만 지금, 커트 코베인의 죽음이 갖는 유일한 의의라면 [Never Mind]가 훨씬 쿨하게 들린다는 것뿐이야.” 한번에 타오르지 못하고 서서히 소멸해 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나이를 먹고, 잊고, 잃고, 살아간다.
by 얼음 | 2005/06/06 19:43 | 내인생의 사운드트랙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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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모두 함께, 모두 높이 at 2005/06/12 01:42

제목 : 커트 코베인으로 시작하다.
커트 코베인 난 아직도 기억한다. 기타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얻은 '너바나 밴드스코어'에 실린 첫 곡 'smells like teen spirit'의 기타 악보를. 처음 봤을 때 스멜스에 실린 타브들은 너무도 어려웠다. 이제 막 C D E를 잡는 기타키즈에게 파워코드와 독특한 뮤트는 당혹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때 난 이렇게 생각했다. '역시 뮤지션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야. 사람들이 쉽다 하는 너바나의 노래도, 지금 나에겐 이렇게 어려운거잖아.' 그리고 몇 달 후. 기타를......more

Commented by 고양이 at 2005/06/07 03:29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아~ 유투의 보노는 두번 읽어야 해요.
보노보노 -_-;;
Commented by 하랑 at 2005/06/08 22:55
goood. 다시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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